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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갱년기 vs 여성 갱년기, 사회적 영향은 어떻게 다를까?

by 달그락 서랍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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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갱년기를 실감했던 건, 50세 생일을 앞두고 나서였다.
이전에는 그냥 “나이 드니 좀 피곤하네” 정도였지만, 어느 순간 이유 없는 짜증과 눈물이 일상이 되었다.
처음엔 나만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가까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 모두 조금씩 다르게,

그러나 분명하게 ‘변화’를 겪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남편을 보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말수가 줄고, 일에 대한 의욕도 예전 같지 않았다. 퇴직 후 한동안 집에 머물며 자신을 점점 잃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깨달았다. 남편도, 나와 다르지 않게 갱년기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남성과 여성은 이 시기를 겪으면서 사회적으로 받는 시선과 영향이 꽤 다르다는 걸,
우리 부부는 나란히 앉아 겪으며 알게 되었다.

 

남성 갱년기 vs 여성 갱년기, 사회적 영향은 어떻게 다를까?

1. 여성의 갱년기, 말하면 공감받는다?

나는 갱년기를 겪으면서 처음엔 당황했지만, 곧 ‘아, 이게 그 말로만 듣던 갱년기구나’ 싶었다.
내 주변의 여자들, 언니들, 친구들, 동네 이웃들, 누구나 이 시기에 대해 할 말이 있었다.

“나도 그래, 하루에도 몇 번씩 열이 확 올라와”
“내가 왜 이리 예민한지 모르겠어.”

"피곤한데 잠이 안와. 잠을 자도 몇번씩 깨."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웃으며 “우리 이제 갱년기 언니들이네” 하고 농담도 했다.
여성 갱년기는 이제는 비교적 사회적으로도 말할 수 있는 문제다.

심지어 방송이나 기사, 건강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감정 표현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여성에게는 형성되어 있다.
직장에서 감정 기복을 보여도 “중년 여성이면 다 겪는 일”이라며 이해해 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다는 건 아니다.
가정 내 역할 변화, 사회적 위치의 변화, 감정 불안까지 겹치면
마치 파도처럼 밀려오는 복합적인 위기 속에 놓이게 된다.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는 사실, 그것이 여성 갱년기의 사회적 장점이다.


2. 남성의 갱년기, 말 못하고 무너진다

반면, 남편은 달랐다.
은퇴를 2년 앞두고 있었던 그는, 업무에서도 슬슬 중심에서 멀어지는 걸 체감하고 있었다.

한때는 수십 명을 이끌던 과장이었지만, 어느새 후배에게 조언을 듣고 눈치까지 보게 되었다.
집에 돌아오면 말없이 TV만 켜놓고, 가끔은 소주 한 병을 들고 혼자 베란다에 서 있곤 했다.

처음엔 단순히 피곤한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 남편이 툭 던진 말이 있었다.

“나 이제 뭐 하지?”

그 말의 무게는 무거웠다.
남편은 분명 남성 갱년기의 깊은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 체력은 떨어지고
  • 성욕은 줄어들고
  • 가족 안에서도 ‘가장’의 자리에서 점점 멀어졌다

그런데 남편이 기댈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은 거의 없었다.
남성은 갱년기라는 단어조차 쉽게 꺼내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런 말을 하면 ‘약해졌다’, ‘힘이 없다’, ‘퇴물이다’라는 낙인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3. 사회적 기대가 만든 차이

사회는 여성에게는 감정을 말할 자유를 주고,
남성에게는 강해야 한다는 기대를 강요한다.

여성은 예민함, 눈물, 감정 기복을 표현하면 “그럴 수 있다”는 이해와 공감을 받는다.
그러나 남성은 ‘참아야 한다’, ‘표현하지 마라’는 암묵적인 룰 안에 갇혀 있다.

그래서 남성들은

  • 자신의 변화를 말하지 못하고
  • 조용히 견디며
  • 때로는 우울감 속에 고립된다
  • 어떤 남편은 대출을 받았고,
    또 어떤 이는 외도를 통해 일시적인 생기를 찾으려다 가정을 잃기도 했다.

말할 데가 없다는 것이 남성 갱년기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다.


4. 가족 안에서의 변화, 그리고 오해

우리는 종종, 갱년기를 겪는 배우자를 이해하지 못해 다툰다.
나는 남편의 무기력함에 짜증이 났고, 그는 내 예민함에 불편해했다.

서로가 서로의 변화를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했기에 더 상처가 컸다.

하지만 어느 날 대화를 시도하며 알게 되었다.

“당신도 요즘 힘들지 않아?”

그 질문 하나가 남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위로였다고 한다.

그날 이후, 우리는 갱년기를 함께 지나가는 동반자가 되기로 했다.

  • 운동도 함께하고
  • 하루에 10분씩 대화도 나누고
  •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작은 변화였지만, 우리의 관계에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5. 사회적 지원은 누구에게 더 닿는가?

여성은 산부인과, 갱년기 클리닉, 커뮤니티, 건강 방송 등
갱년기를 안내받을 통로가 많다.

  • 건강검진에도 여성은 갱년기 상담이 포함되어 있다
  • 다양한 자조 모임도 활발하다

반면, 남성은?

  • 갱년기라는 단어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 관련 정보를 찾기도 어렵다
  • 진료조차 요청하지 않으면 받기 힘들다

남성들은 그런 모임이나 상담을 부끄러워하거나 꺼린다.
그래서 더 깊은 터널 속에서 혼자만의 싸움을 계속하게 된다.


결론: 갱년기를 함께 지나가려면

남성과 여성 모두 갱년기를 겪는다.
그러나 사회는 이 두 성별에게 너무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

  • 여성은 말할 수 있고, 공감받고,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 남성은 참고 견디며, 표현하면 ‘약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감수해야 한다

이제는 갱년기를 단순한 ‘중년의 위기’가 아니라
인생의 전환점, 새로운 삶의 준비기로 인식해야 한다.

특히 남성에게도 감정을 말할 언어와 공간이 필요하다.

나 역시 남편의 갱년기를 겪으며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이제는, 우리 부부처럼 많은 이들이 이 시기를
‘혼자’가 아니라 ‘함께’ 지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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